가을비
간밤의 요란한 빗소리가
집 떠난 아들의 구둣발 소리를
업어다 놓고 갔다
밤새 지쳐 쓰러진 몸 위로
고단한 시간들이 누워있다
비 맞은 떡갈나무 잎이
제 무게를 견디지 못해
땅으로 내려앉은 고요함 속에
내 욕심만
빈 가지 위에 앉아있다
촉촉한 대지가 조용히
지친 생명을 품어주는 시간
저물어 가는 계절은
뜨거웠던 여름날들을 가져와
열심히 살았다고 위안한다
나도 끈적한 욕심을 씻어내야
낙엽이 될 수 있다는 것을
너에게서 배우는 순간
막힌 가슴이 열리고
빗물은 눈물이 된다
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
나도
지친 아들을 품어주는
너른 마당이 되어야겠다
맑은 봄날 새싹이 자랄 수 있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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